전남과학고등학교(교장 김종삼) 정여진 학생이 게임 속 '롤백(Rollback)' 원리와 AI 이상 탐지 기술을 결합해 긴급차량의 골목길 경로 문제를 풀어낸 프로젝트로, 전국 단위 AI 경진대회 본선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성남시와 KAIST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성남×KAIST AI경진대회' 본선에서 정여진 학생(팀명 '바파더미')이 'RollSafe-Seongnam: AI 이상 탐지와 게임 롤백 원리를 활용한 성남 원도심 긴급차량 경로 계획 복구 시스템'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성남시 수정·중원구 원도심 골목길이었다.
도로 연결 구조와 차량 크기, 경사, 일시적인 불법주정차 같은 장애물에 따라 긴급차량의 접근 가능성이 수시로 달라지는 현실에 주목한 것이다.
성남시가 과거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 비상소화전·소화기를 설치했던 사례와 수정구청의 반복적인 주정차 관리 수요 통계는, GPS 위치 오차나 뒤늦게 수신된 통행 제한 정보 때문에 경로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태평동 일대를 1차 시뮬레이션 대상으로 삼은 이 프로젝트는,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 속에서도 일관된 경로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해법의 핵심은 온라인 게임에서 통신 지연이 생겼을 때 쓰는 '롤백' 원리를 경로 계획에 들여온 것이다.
잘못된 위치·통행 가정으로 세워진 경로 상태를 체크포인트로 되돌리고, 그 사이 들어온 최신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적용해 경로를 다시 계산한다.
다만 실제 차량의 위치는 과거로 되돌리지 않고 현재 위치 추정값과 경로 계획 상태를 분리해, 복구된 경로가 지금 실행 가능한지 다시 검증하도록 했다.
이 판단을 뒷받침하는 것은 AI 이상 탐지다. Isolation Forest 알고리즘으로 속도·정지 지속시간·진행 방향 변화·지도 도로와의 거리 등을 분석해 '평소와 다른 패턴'을 가려내되, 실제 통행 차단 여부는 별도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역할을 분리했다.
여기에 칼만 필터·지도 매칭·A*·다익스트라·상태 머신을 결합해 하나의 백엔드 시스템을 완성하고, OSMnx로 구성한 태평동 일대 도로망에 1,000개 이상의 합성 주행 시나리오를 더해 학습과 검증에 활용했다.
본선 단계에서 진행한 960건의 합성 시험에서 이상 탐지 모델은 정밀도·재현율·F1 점수 모두 0.99 안팎의 성능을 보였고, 동일 사건 120회 반복 입력 시험에서는 재적용 사건 수가 41개에서 6개로 줄며 경로 오류가 0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여진 학생은 이 수치를 실제 출동시간 단축으로 곧바로 연결하지 않고, 실제 운용 효과는 향후 현장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분명히 선을 그어두었다.
시스템은 Python·FastAPI·OSMnx·NetworkX·scikit-learn·Redis·Streamlit·Folium으로 구현했다.
프로젝트는 기술이 다루는 정보의 무게도 놓치지 않았다.
초기 데모에는 실제 출동 주소나 차량번호, 운전자 정보를 담지 않았고, 향후 실제 데이터와 연계할 경우를 대비해 관계기관 승인, 최소 수집, 접근권한과 보관기간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도 정보가 불충분한 구간에서는 통과 가능 여부를 섣불리 단정하지 않고 최종 판단을 운전자·관제자에게 맡기도록 했으며, 데이터와 라이브러리 출처·라이선스를 밝히고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예선 단계부터 본선까지, 정여진 학생은 실제 현장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한계 속에서도 공개 데이터와 합성 시나리오로 아이디어를 끝까지 구현해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기술적 완성도만이 아니었다.
정여진 학생은 "불법주정차 차량 문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GPS 기반 정보 활용을 넘어 다른 우수작들의 참신한 시각을 접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다"며 "이번 대회에 그치지 않고 더욱 발전시켜 실제 상용화까지 이루어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시스템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도교사 진정숙 교사는 "실생활 문제를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해 끝까지 해결해나가기 위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이를 구현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문제해결력이 돋보이는 학생"이라며 "앞으로도 자신의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고 실제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완성해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종삼 교장은 "게임의 원리에서 긴급차량의 골목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낸 정여진 학생의 발상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실제 현장 데이터의 한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습에서 우리 학생들이 가진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상이 학생에게 더 큰 도전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며, 전남과학고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세상의 문제를 AI로 풀어내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골목길 하나를 들여다보던 호기심에서 시작된 질문은 이제 성남 원도심 전체로, 그리고 더 많은 긴급차량의 골든타임으로 뻗어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