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눈

우리는 모두 모래 구덩이 속에서 살아간다

아베 고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가 던지는 삶과 자유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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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채집하러 떠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하루만 둘러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작은 모래 마을에서 길을 잃고 깊은 모래 구덩이 속 집에 하룻밤 묵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올라가려던 사다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속아 갇힌 것이다.

구덩이에는 혼자 사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매일 밤 삽을 들고 모래를 퍼냈다.

하루만 쉬어도 모래가 집을 삼켜 버리기 때문이다.

남자는 처음에는 미친 듯이 탈출을 시도했다.

소리도 질러 보고, 도망도 쳐 보고, 사람들을 원망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는 여인과 함께 모래를 퍼내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함께 기뻐했고, 작은 물방울 하나에도 희망을 발견했다.

탈출만 꿈꾸던 사람이 어느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갔다.

일본 작가 아베 고보의 『모래의 여자』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모래 구덩이에서 살아간다.

학생은 성적이라는 모래를 퍼내고, 직장인은 끝없는 업무를 퍼낸다.

부모는 자녀 걱정을, 농부는 잡초를, 상인은 손님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퇴직한 사람도 다르지 않다.

건강을 돌보고,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며 또 다른 삶을 만들어 간다.

처음에는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불평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모래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모래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행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승진하면 행복할 것이라 믿고, 돈이 많으면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어도 또 다른 모래가 기다린다.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범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발견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친구와 나누는 따뜻한 차 한 잔, 책 한 권을 읽으며 얻는 깨달음,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하루가 인생의 진짜 보물이다.

퇴직 후 많은 사람들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새로운 직업보다 새로운 마음이 먼저다.

어제와 같은 하루라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면 삶은 달라진다. 『모래의 여자』는 자유를 새롭게 정의한다.

자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힘이다.

감옥 같은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다.

우리 앞에도 매일 모래가 쌓인다.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묵묵히 삽을 들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모래에 묻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래 위에 자신의 인생을 단단하게 쌓아 올린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모래를 퍼낸다.

그것이 삶이다.

그리고 바로 그 평범한 반복 속에서 인간은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고광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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